쉽게 읽는 요한복음: 저자 서문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여러 가지 성경공부가 진행되고 있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 책별 성경공부를 선호한다. 성경본문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책별 성경공부는 한 권의 성경 안에서 성경 각 권의 저자를 통해 계시하신 하나님의 뜻을 깊이 깨달을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별 성경공부’는 ‘권별 성경공부’라고 부르기도 하고 ‘성경 각 권 공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경개관 공부가 외부에서 숲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성경접근법이라면, 책별 성경공부는 숲속에 직접 들어가 그 숲속에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성경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개관 공부가 넓은 범위를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라면, 책별 성경공부는 좁은 범위이지만 자세하게 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성경공부는 성도들의 건강한 영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수 년 동안 교회에서 책별 성경강의를 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 번의 강의를 할 때마다 주석들을 참고하고 본문의 문맥을 연구하면서 준비했다. 성경 본문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면서 묵상하고 또 묵상하면서 본문 자체의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한 시간에 성경의 한 장을 강의할 수 있는 분량으로 상당히 깊이 있는 내용들을 준비해서 강의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은 책별 성경공부에 적합한 맞춤형 교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강의를 준비하는 사람도 좀 더 용이하게 준비할 수 있고 함께 성경을 나누는 성도들도 무언가 손에 들고 넘겨볼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도들이 성경강의를 들으면서 형광펜으로 책에 밑줄도 그을 수 있는 교재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다시 복습도 할 수 있는 교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이 교회에서 요한복음을 강의하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소망이다. 이 책이 성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요한복음 해석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책의 집필과정에서 성경의 원문을 다룬 헬라어 사전들, 요한복음 주석들, 요한복음 연구서들을 참고하여 성경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성도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쓰려고 노력했다. 성도들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요한복음이라는 성경이 이해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요한복음에 나타난 중요한 개념들과 의미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요한복음은 영생의 책이며, 빛과 어두움이라는 두 줄기의 흐름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요한복음은 인간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님을 명확하게 계시함으로써, 그분을 믿는 자의 운명과 믿지 않고 대적하는 자의 운명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예수님을 믿는 제일의 목적은 영생을 얻는 것이다. 요한복음은 어떻게 영생을 얻을 수 있는지 정확한 길을 보여준다.
인간은 죄로 말미암아 영적인 생명을 상실했으며, 육적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예수님은 그러한 인간에게 생명을 다시 주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 예수님은 자신 안에 생명을 가지신 생명 그 자체이시다. 죄, 사망, 어두움이 지배한 이 세상에 생명을 가지신 예수님은 빛이 되어 오셨다. 예수님은 표적들과 담화들을 통해 구원자로서의 자신을 계시하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대속적인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구원자로서의 자신을 계시하셨다.
십자가와 부활은 듣고 본 자들에게 믿음을 부여하는 최고의 표적이며 가장 강력한 표적이다. 그것은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과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믿음을 부여하는 표적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그것을 직접 보고 듣는 축복을 누렸지만, 이후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과 오늘날의 사람들은 그것을 읽고 듣는다.
예수님의 표적들과 말씀들 그리고 십자가의 대속적인 죽음과 부활의 표적 앞에서 인간은 두 부류로 나누인다. 인간은 구원자로서 자신을 계시하신 예수님을 믿는 자와 믿지 않고 거부하는 자로 나누인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표적들과 말씀들 그리고 십자가의 대속적인 죽음과 부활을 통해 믿음을 가지는 자들의 길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어두움에서 벗어나서 빛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그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 믿는 자들은 믿는 순간부터 영적인 생명을 얻어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기게 되며 심판으로부터 자유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생명의 부활을 통해 신령한 부활의 몸도 다시 얻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표적들과 담화들 그리고 십자가의 대속적인 죽음과 부활을 직접 보고 듣고서도 예수님을 대적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이미 예수님 당시에 심판을 받았다. 그들은 영적인 생명도 얻을 수 없었으며, 마지막 날에는 심판의 부활로 나오게 될 것이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은 어두움의 지배 아래 있는 자들이 빛으로 나아오도록 표적들과 말씀들 그리고 십자가의 대속적인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도하셨지만 스스로 어두움을 선택한 자들의 운명은 그들 자신의 책임 아래 있다.
그들의 길은 이 세상에서는 영광의 길처럼 보였다. 잠시 자신들의 기득권과 영광과 명성을 지키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끊임없이 예수님과 논쟁을 벌이며 예수님의 말씀을 반박하던 그들은 드디어 예수님을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이 세상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백성들로부터 자신들의 체면과 위엄을 지켰으며, 로마정부의 정치적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달콤한 승리로 보였던 것은 부활의 반전이 있기까지만 허용된 오해에 불과했으며, 3일천하로 끝이 난 허망한 것이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은 성육신한 기간에 구원의 빛을 지속적으로 비추고 계셨다. 예수님은 그분의 대적자들마저도 그 빛으로 나아오기를 간절히 염원하셨다. 예수님은 그들이 불신을 버리고 믿음을 가지도록 그들을 설득하셨다. 그러나 빛을 거부한 어두움의 세력은 그 자신들을 파괴하면서까지 빛을 대적했다. 예수님을 대적한 많은 어두움의 세력들은 자신들에게 비추어진 예수님의 빛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들은 현실에 자신들이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과 자신들의 악한 행위를 너무 사랑해서 생명의 빛이신 예수님께 나아오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이 세상의 임금인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위를 통제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세상의 임금인 사탄의 목적은 많은 사람들을 어두움으로 이끌고 가며 예수님의 구원사역을 방해하는 일이다.
어두움의 세력들의 대적하는 행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자신에게 주어진 구원사역을 완성하시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셨다. 예수님은 대적자들의 까닭 없는 원한과 미움과 증오를 다 받아들이셨다.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님은 인간으로서 차마 겪기 어려운 십자가의 채찍질과 못 박힘의 고통을 감내하셨다. 묵묵히 십자가의 대속적인 죽음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시고 절대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견뎌내셨다. 아무도 동행할 수 없는 길을 혼자 담담하게 걸어가셨다.
마침내 예수님의 부활로 모든 것은 역전된다. 지상에서 예수님을 심판하던 그들은 부활과 승천을 거쳐 하나님 우편에 왕으로서 앉으신 그리스도께 심판 받는 대상들이 된다. 감히 우주만물의 왕이신 예수님을 박해하고 심판하던 그들의 오만함은 주님의 영광 앞에서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변한다. 결국 어두움의 세력은 참 빛이신 예수님을 이기지 못했다.
요한복음에서는 이렇게 선한 길과 악한 길이 뚜렷하게 평행선을 이루면서 드러난다. 예수님은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따르며 하나님이 보내신 사역을 이루시기 위해 하나님이 정하신 길을 가신다. 예수님의 대적자들은 악에 속하여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기를 고집하여 마침내 파멸에 이른다.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을 자아내면서 예수님과 대적자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구원받는 자는 예수님께 속해 예수님의 표적들과 말씀들을 받아들이며 예수님을 믿는다. 요한복음은 이렇게 예수님의 길, 믿는 자의 길, 대적자들의 길을 뚜렷이 보여준다.
오늘의 우리는 어떤 길에 서 있는가? 처음 예수님을 우리의 구원자로 영접했을 때 우리는 주님을 따르는 길에 분명하게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살아온 많은 날 속에서 우리는 변함없이 주님을 따르는 길에 서 있는가? 변질된 모습으로 그 길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은가? 주님을 만날 때의 첫 사랑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필자는 요한복음을 읽으면서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먼저 해 보았다.
요한복음의 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사랑과 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요한복음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의 계시가 나타난 성경이며, 자신의 독생자를 세상을 위해 희생시키신 하나님의 사랑의 실천이 나타난 성경이다. 요한복음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신 예수님의 희생적인 사랑의 실천이 나타난 성경이다. 인간을 향한 주님의 크고 넓고 깊은 사랑은 인간의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고 인간의 개념으로 다 측량할 수도 없다. 요한복음은 그러한 주님의 사랑을 담고 있는 성경이다.
이 책에서는 서문, 표적의 책, 영광의 책, 후기 등으로 구성된 요한복음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그것을 본문해석에 반영했다. 하지만 이 책이 교회에서 책별 성경공부를 위해 사용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그 목적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했다. 그것은 요한복음을 각 장으로 나누어 연구하고 서술함으로써 한 번의 모임에 한 단원씩을 다루는 것이 용이하도록 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들은 예수님이 누구신가를 나타내 주는 제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요한복음 1:1-18의 서문에서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전한 하나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심을 호소한다. 요한복음의 서문은 요약적이지만 완벽한 기독론을 내포하고 있다. 필자는 서문에서 완전한 하나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서술했다. 이어지는 각 장의 제목들에서 완전한 하나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를 풀어내기 위한 세부적인 내용들을 전개했다.
각 장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그 세부적인 내용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이르렀을 때 도마의 고백처럼 그리고 사도 요한의 결론처럼 ‘나의 주님이시며 나의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구원의 뜻을 계시하신 계시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성취하신 구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구원받은 삶을 견인해 나가시는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기를 원한다.
부족한 필력으로 이 책을 집필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요한복음에 기록된 본문들의 의미를 발견하고 묵상하게 된 하루하루의 날들은 매우 큰 기쁨의 날들이었다. 성경 해석서를 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의 소원을 주시고 부족한 필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완성할 수 있도록 붙들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제자 양육과 목회의 바쁘신 업무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제자의 글에 기쁨으로 추천사를 써 주신 김병국 교수님, 김정훈 교수님, 이한수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27년간을 선교하시면서 복음을 전파하시는 이종도 학장님의 특별한 우정에 감사드린다. 바쁘신 목회에도 불구하고 추천사를 써주신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님과 분당 갈보리 교회 이웅조 담임목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부족한 글을 책으로 출판해 주신 기독교문서선교회(CLC) 대표 박영호 사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은 사랑하는 남편 건국대학교 신화섭 교수, 멀리 뉴욕에서 항상 엄마의 사역과 집필과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해 주는 아들 성규, 항상 엄마의 곁에서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을 베풀어 주는 딸 지예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2017년 4월 봄꽃이 만발한 눈부신 봄날에
저자 김성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