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의 문학적 장르(2): 요한계시록과 묵시문학 작품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1) 공통점
요한계시록의 저자 사도 요한은 자신의 글을 가리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계 1:1, Ἀποκάλυψι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라고 부른다. “아포칼륍시스(Ἀποκάλυψις)”는 ‘묵시’로도 ‘계시’로도 번역될 수 있다. 요한계시록에 묵시문학적인 요소가 가득하다는 것은 “아포칼륍시스 예수 크리스투(Ἀποκάλυψι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를 ‘예수 그리스도의 묵시’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만 다른 묵시문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묵시’라는 점이다.
비록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에서 “아포칼륍시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단 한 번이지만, 그것은 요한계시록 전체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것이다. 사도 요한이 자신의 글을 시작하는 첫 구절에서 “아포칼륍시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 그 책의 전체에 걸쳐 환상과 비유를 빈번히 사용한다는 사실은 요한계시록이 유대 묵시문학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요한계시록의 많은 본문이 구약성경 혹은 묵시문학 작품들과 공통점을 소유한다. 그리하여 어떤 학자는 요한계시록을 구약성경과 묵시문학의 표절문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니엘서와 에스겔서의 환상은 사도 요한에게 직접적이고 깊은 영향을 끼쳤다.
계시록 17장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들을 기괴한 짐승의 모습으로 묘사한 것은 다니엘 7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시록 21:2-4에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 가운데 거할 새로운 장막에 대해 묘사한 것은 에스겔 43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 21:2-4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다니엘 12:11-12; 계시록 11:3; 12:6에서 종말 직전의 상황이 미리 정해진 일수만큼 지속된다는 예언, 상징적인 숫자들의 사용, 수많은 환상에 대한 묘사도 역시 묵시문학 작품들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들이다.
단 12:11-12 매일 드리는 제사를 폐하며 멸망하게 할 가증한 것을 세울 때부터 천이백구십 일을 지낼 것이요 기다려서 천삼백삼십오 일까지 이르는 그 사람은 복이 있으리라
계 11:3 내가 나의 두 증인에게 권세를 주리니 그들이 굵은 베옷을 입고 천이백육십 일을 예언하리라
계 12:6 그 여자가 광야로 도망하매 거기서 천이백육십 일 동안 그를 양육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이 있더라
묵시문학 작품들의 실질적인 저자는 대부분 익명이며 성경의 유명한 인물들을 명목상의 저자로 내세운다. 반면에 요한계시록의 저자는 실질적인 저자이며 수신자들의 일에 실질적으로 관련된 인물이라는 점은 분명히 다른 묵시문학 작품들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요한계시록은 묵시문학 작품들의 대부분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첫째로,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서사적이고 서술적인 골격(narrative framework)과 그 서사적이고 서술적인 골격 안에서의 초월성이라는 특징을 공유한다. 묵시문학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요한계시록의 서사적이고 서술적인 골격은 서론, 문제의 발단, 전개와 절정, 그리고 결론을 포함한다. 서사적이고 서술적인 골격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공간적 초월성과 시간적 초월성을 강조한다. 공간적 초월성은 하늘과 땅의 차원으로 나타나며, 시간적 초월성은 종말론적 구원을 바라본다.
요한계시록에서 교회는 공간적으로 하늘의 영역에 존재하며, 시간적으로 이미 종말론적 구원의 복을 현재에 누리는 공동체이다. 요한계시록의 수신자들이 공간적으로는 하늘의 영역이라는 초월적 세계를, 시간적으로는 종말론적 미래라는 초월적 세계를 경험하는 수단은 묵시적 환상과 상징이다. 묵시적 환상과 상징을 초월적 세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의 공통점이다.
둘째로, 요한계시록과 묵시문학 작품들에 나타난 하늘 성전을 비롯한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이라는 공통적 요소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에 대한 초월적 관점을 제공한다. 요한계시록 4장에서 사도 요한이 하나님의 목적에 관한 비밀을 알기 위해 환상 가운데 이 세상을 벗어나 하늘로 들려 올라감으로써 하나님의 보좌 앞에 서는 모습은 묵시문학 작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에녹 1서』(1 Enoch) 14-16; 『에녹 2서』(2 Enoch) 20-21; 『아브라함 묵시서』(The Apocalypse of Abraham) 9-18 등의 묵시문학 작품들에서는 선견자가 환상 가운데 취해져서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방으로 올라간다. 그것은 선견자가 신적인 목적에 관련된 비밀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묵시문학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도 요한은 고난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상황을 초월적인 하늘의 관점에서 보게 해 준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처한 상황을 하나님의 목적을 알기 위한 선지자적 통찰력으로 보게 하는 것이다.
사도 요한은 환상적 계시 가운데 하늘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위해 하늘로 끌려 올려간다. 사도 요한은 하늘의 관점에서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본다. 자신이 속한 시대와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무엇인가를 본다. 또한 환상 가운데 최종적인 미래 속으로 옮겨져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 안에서 현재의 일들이 어떠한 종말을 맞게 되는지를 본다.
셋째로, 묵시문학과 요한계시록은 빈번한 상징적 언어의 사용과 수많은 환상들의 묘사를 통해 미래적 영역 또는 영적 영역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래적 영역 또는 영적 영역은 화려한 색채와 풍부한 상징들의 사용, 천사들의 해석, 별과 산에 대한 묘사, 괴물과 악마들에 대한 묘사, 복잡하고 상징적인 숫자들의 사용들을 통해 나타난다.
넷째로, 요한계시록과 묵시문학 작품들은 종말과 심판에 관하여 흑과 백의 논리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악한 자들의 심판과 의인들의 정당함에 따른 구원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묵시문학 작품들에는 오직 하나님만이 종말에 거대한 적대적인 세력들을 심판하실 수 있으며 억압당하는 공동체의 정당함을 입증해 줄 것이라는 특유의 전통적인 문체가 있는데 그것은 요한계시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다만 묵시문학 작품들에서 계시되는 하늘의 비밀들은 역사와 종말뿐만 아니라 폭넓은 범위들을 포함하는 반면에 요한계시록은 철저하게 종말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은 다른 점이다.
요한계시록은 종말론적 심판과 구원에 관심이 있으며, 그것이 고난당하는 현재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있다. 사도 요한의 관심은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종말론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의 활동이 역사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심이 있다.
다섯째로,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이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이 세상의 주인인 하나님만이 악한 세력을 심판하시고 의인들을 구원하신다. 하나님만이 이 세상에 대한 의로운 통치를 성취하신다.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전능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이 거대한 이교적 제국들에게 압제당하는 하나님의 신실한 백성들을 구원하실 것을 바라본다. 세상의 악한 나라들이 멸망당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곧 이루어질 것을 바라본다.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비록 세상을 통치하는 것이 세상의 왕으로 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 세상을 통치하시는 것은 하나님이라는 믿음을 공유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공통점들은 요한계시록이 많은 부분에서 묵시문학적인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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