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의 문학적 장르(2): 요한계시록과 묵시문학 작품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2) 차이점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의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학자는 양자 간에 너무도 차이가 있어서 요한계시록을 묵시문학 작품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양자 간의 공통점을 고려할 때 요한계시록을 전혀 묵시문학 작품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과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계시록이 다른 묵시문학 작품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묵시”라는 것은 인정해야만 한다.
사도 요한은 요한계시록 1:3; 22:7, 10, 18, 19에서 자신의 글을 가리켜 “예언”이라고 말한다. 사도 요한은 자신의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계 1:2)”를 전달하기 위해 “예언”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계 1:3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
계 22:7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으리라 하더라
계 1:2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 곧 자기가 본 것을 다 증언하였느니라
사도 요한은 핍박과 박해로 인해 믿음이 식어가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게 요한계시록을 쓴다. 핍박받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시 오실 주님의 재림은 큰 위안이었지만, 재림은 속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리스도인들은 순교와 투옥을 당하는 고난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악의 세력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장악하면서 번창하고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은 갈등에 휩싸였다. 황제는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보다 더 강한 자인가? 악은 항상 선을 이기고 지배하는 것인가? 요한계시록은 이러한 의문에 휩싸인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한 신학적 목적을 가지고 기록되었다.
그러한 신학적 목적으로 말미암아 요한계시록은 묵시문학 작품들과의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묵시문학 작품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한 특징은 요한계시록이 ‘예언서’라는 장르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의 차이점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묵시문학 작품에서는 익명의 실질적인 저자들이 성경의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을 도용하여 명목상의 저자로 내세우지만, 요한계시록의 저자인 사도 요한은 자신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양자는 차이점이 있다.
요한계시록은 실존 인물이었던 사도 요한이 자신의 이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동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은 현재의 기독교 공동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먼 과거를 무대로 전개되는 문학적 허구로 시작되는 묵시문학 작품들과 다르다. 요한계시록 1:9에서 환상가 사도 요한은 “나 요한은 너희 형제요”라는 말로써 자신과 수신자들의 신앙공동체적 친밀성을 강조한다.
요한계시록 1:3에서 사도 요한은 요한계시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 내어 읽혀지기를 고대한다. 사도 요한은 다니엘 12:4과 달리 요한계시록을 인봉하지 말고(계 22:10) 교회 공동체에게 계속해서 요한계시록의 내용을 상기시키며(계 22:6, 9) 듣고 지키게 할 것을(계 22:18) 명하고 있다. 그러한 명령과 요청은 일곱 교회에서 그들의 선지자로 활동했던 사도 요한과 수신자들의 신앙공동체적 친밀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계 1:3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
단 12:4 다니엘아 마지막 때까지 이 말을 간수하고 이 글을 봉함하라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
계 22:10 또 내게 말하되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인봉하지 말라 때가 가까우니라
계 22:6 또 그가 내게 말하기를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된지라 주 곧 선지자들의 영의 하나님이 그의 종들에게 반드시 속히 되어질 일을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보내셨도다
계 22:9 그가 내게 말하기를 나는 너와 네 형제 선지자들과 또 이 두루마리의 말을 지키는 자들과 함께 된 종이니 그리하지 말고 하나님께 경배하라 하더라
계 22:18-19 내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증언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
둘째로,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그 문학적인 형식에서 차이점이 나타난다. 묵시문학 작품들에 상징적 환상들이 나타나는 것은 전형적인 일이며 요한계시록에도 많은 분량의 시각적 이미지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묵시문학 작품들에는 상징적 환상들과는 다른 형태의 계시 전달 방법이 나타난다. 묵시문학 작품들에는 선견자와 천상적 계시자 사이의 긴 대화가 나타나는데, 그 대화의 내용은 요한계시록에 주로 나타나는 가시적 상징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전달된다. 묵시문학에 나타나는 긴 서사적 예언은 요한계시록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에서의 가시적 상징의 분량은 어떤 묵시문학 작품들보다 많다.
셋째로,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상징의 성격에서 현저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묵시문학 작품들에 나타나는 상징들은 비교적 단편적이고 일회적이다. 그러한 상징들은 짧고 자기충족적이며 한 단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요한계시록은 책 전체가 한 편의 단일한 상징적 환상을 보여준다(계 1:1-22:6). 때때로 장면이 바뀌고 새로운 상징들이 소개되지만, 일단 소개된 것은 계시록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어린 양, 짐승, 이십사 장로들 등의 상징이 그러하다. 상징적 환상들이 보이는 순서의 통일성과 연속성은 하나의 커다랗고 단일한 상징적 세계를 형성한다. 요한계시록은 하나의 단일한 상징적 세계를 이루고 많은 시각적 상징들을 보여줌으로써, 회람서신인 요한계시록이 교회의 예배에서 구술로 낭독될 때에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한다.
넷째로,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환상의 해석자가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묵시문학 작품들에서는 상징적 환상을 보여준 후에 그 환상에 대한 천사의 해석을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천사의 해석들이 요한계시록 안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계 7:13-14; 17:6-18).
계 7:13-14 내가 또 밤 환상 중에 보니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에게 나아가 그 앞으로 인도되매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고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다른 언어를 말하는 모든 자들이 그를 섬기게 하였으니 그의 권세는 소멸되지 아니하는 영원한 권세요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반면에 시각적 상징들 자체가 그들 자신의 의미를 전달하며 그 상징적 환상의 해석은 독자들에게 맡겨진다. 그리하여 요한계시록의 환상들은 보다 풍성한 의미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문자적 설명이 그 의미를 제한시킬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에 다른 어떤 묵시문학 작품들보다 상징적 환상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상징적 환상에 대한 어떤 해석도 없이 환상들만 나열되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현재의 시대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묵시문학 작품들은 현재의 시대와 역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며 인간의 도덕적인 삶에 대해서도 어떠한 소망이나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요한계시록은 현재의 시대와 역사를 하나님께서 구속계획을 이루어 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의 도덕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소아시아 일곱 교회의 회개를 촉구하는 메시지인 요한계시록 2:5, 16, 21, 22; 3:3, 19은 그러한 도덕적 관심을 잘 나타낸다.
계 2:5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계 2:15-16 이와 같이 네게도 니골라 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그러므로 회개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속히 가서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
여섯째로,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궁극적인 승리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묵시문학 작품들에서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궁극적인 승리가 미래에 있을 하나님의 간섭에 의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요한계시록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궁극적인 승리가 이미 과거에 일어난 “죽임을 당한 어린 양(계 5:5)”의 희생에 의한 것으로 나타난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일반적인 묵시문학 작품들과 요한계시록은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차이점들은 요한계시록이 묵시문학적인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한계시록을 하나의 묵시문학 작품으로만 간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러한 차이점들은 요한계시록이 묵시문학이라는 장르의 성격과 예언서라는 장르의 성격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을 이해하기 위해 묵시문학적 요소를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예언적 성격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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